(사진) 목재를 건조시키고 있는 모습

그래서 집을 짓기 위한 소나무는 아무 때나 베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성장이 잠시 주춤하는 12월 초에서 1월 말까지, 늦어도 2월까지 동절기에 벌목을 한다. 봄에서 가을까지 소나무는 물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무게도 무겁고, 건조 시 변형도 심해 좋은 목재로 사용하기에 적당치 않다.

벌목한 소나무는 날이 따뜻해지기 전인 2월경 껍질을 벗겨서 종횡으로 층층이 쌓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린다.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건조도 더딜 뿐 아니라 껍질 속에 벌레가 생겨 나무에 구멍을 뚫어놓기 때문에 좋은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집을 짓기 위한 목재는 건조가 잘된 나무라야 한다. 기둥이나 보로 쓰일 소나무는 적어도 2~3년 이상을 자연 건조를 해야 한다. 건조가 덜 된 나무로 집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나무로 집을 지은 직후엔 번듯하여 괜찮아 보이지만 계절이 몇 번 바뀌고 나면 부재들 사이에 틈이 많이 벌어지고 뒤틀리는 등 집에 변형이 오게 되고 하자가 발생한다.

눈비를 피해 몇 년간 그늘에서 말리는 일은 장소나 경제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힘들다. 예전엔 문짝 같은 소목 부재를 급히 써야할 경우 움막을 만들고  연기로 쪄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목재가 소량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이 대목수는 나무를 잘 깎고 다듬어 내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무의 특성을 알고 잘 건조된 목재를 용도에 맞게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야 말로 대목수가 가져야 할 최고의 기술이요 장인 정신인 것이다.

목재 치목

요즘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외진 곳이라도 트럭으로 나무를 운반하기가 용이해 치목장을 따로 두고 일을 한다. 그러나 예전엔 주변의 나무를 베거나 원목을 들여와 집 짓는 현장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원목을 가져다 놓고 굵기나 굽어진 상태 등을 봐가며 어떤 용도로 쓰면 좋을 지를 판단해 기둥, 보, 도리, 창방, 추녀 등과 같은 큰 부재로 사용될 것 부터 먼저 선별한다. 선별된 원목은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 치수대로 먹을 놓고 먹선을 그을 수 있게 나무를 다듬는 과정인 마름질을 한다.

원목을 바로 놓고 양쪽 마구리면 중심에 추로 수직을 잡아서 기준 먹을 친다. 큰 부재의 먹놓기는 이 수직 중심선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준선이 흐트러지면 다른 모든 과정에서 오차가 생기게 된다. 각재인 각기둥이나 창방의 경우 원목의 양면을 켜내고 바닥면과 윗면을 켜내어 사각이 되도록 만든다. 원기둥이나 굴도리 등은 원의 직경에 외접하는 사각에서 팔각, 다시 십 육각으로 각을 늘려가며 완전한 원 형태를 만든다. 보는 지붕 위의 대부분 하중을 받는 가로하중 부대이기 때문에 가급적 굵고 큰 대경목을 사용한다. 그래서 원목 그대로 쓰는 경우 기둥에 올려지는 바닥면만 일부 평평하게 켜내고 나머지 부분은 생긴 모양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은 기둥에 올려지는 보의 바닥과 보의 좌우측 양면만 켜내고 윗면은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사진) 원기둥을 만들기 위해 8각까지 치목한 모습 

30여년 전만해도 목수가 나무를 치목하기 시작하면 탕개톱질, 도끼질, 대자귀질 등으로 나무를 마름질 했지만 요즘엔 제재소에서 원기둥까지 가공해 주는 것은 물론 연장도  엔진톱, 전기대패 등을 이용해 가공하므로 예전보다 손쉽고 빠르게 나무를 다듬는다. 그렇지만 먹을 놓아 나무를 치목하는 방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나무를 치목하는 순서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기둥을 세은 다음 창방을 결구시키고 다시 대보, 장여, 도리, 종보 등을 얹기 때문에 집이 올라가는 순서대로 치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손이 남을 경우 한 쪽에서는 공포 부재나 서까래 등 잔손질이 많이 가는 일도 같이 한다.

(사진) 서까래를 치목하고 있는 모습

기둥 세우기

기둥, 도리, 보 등 주요 부재가 완성이 되면 조립에 들어간다. 먼저 기둥을 주초 위에 세우고 추를 늘어뜨려 수직을 본 뒤 지지목으로 고정시킨다. 동시에 기둥과 주초가 닿은 부분을 그랭이 떠서 기둥을 내려놓고 그래떼기 한 다음 다시 기둥을 주초 위에 세우고 지지목으로 고정시켜 준다.

이렇게 그랭이질을 하는 것은 주초를 놓을 때, 모든 주초들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춘다고 해도 주초들 간엔 조금씩 높이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주초를 놓을 때 이 높낮이 차를 표시해 두고 기둥으로 높이를 보정한다. 이 과정을 위해서 기둥의 길이를 도면상의 길이보다 조금씩 길게 잘라 놓는데 보통 가공석 주초일 경우 기둥의 그레발을 1치(30mm) 정도 여유를 두고 길게 잘라놓고, 자연석 주초인 경우에는 2치(60mm) 정도 길게 여유를 둔다.

(사진) 주초석 위에 기둥을 세운 뒤 다림(수직)을 보면서 지지목 을 설치한 뒤 그랭이질을 하고 있는 모습

이때 기둥의 높이는 건물 전면 중앙에 있는 기둥보다 귀쪽의 기둥쪽으로 가면서 점차 조금 씩 높게 가공하는 귀솟음 기법을 적용해 준다. 이는 건물을 지을 때 모든 기둥의 높이는 동일하게 맞춰야 하겠지만 그럴 경우 집 정면에서 좌우 귀 쪽을 보면, 시각적으로 양쪽의 장여나 창방이 아래로 처져 보인다. 이런 착시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가운데 기둥에서 좌우로 갈수록 기둥의 길이를 조금씩 늘여주는 귀솟음 기법을 적용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귀쪽 기둥은 다른 기둥에 비해 하중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약간 높게 치목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귀솟음 기법의 적용으로 창방이나 평방, 장여 등을 높여 주는 경우도 있으나 기둥의 높이를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귀솟음 기법을 적용시킴에 있어 도편수들 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가운데 기둥을 기준으로 좌우로 1칸 옆의 기둥 마다 5푼(15mm)에서 많게는 1치(30mm)정도 기둥 길이를 길게 잡는다. 예를 들어 12자(3m60cm) 칸 사이의 기둥 배열로 5칸짜리 집일 경우 가운데 두 기둥과 좌우 귓기둥 간의 높이 차는 거의 2치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귀솟음 기법이시각적으로 집이 쳐져 보이는 것을 보완하는 것이라면, 시각적으로 집의 좌우측 끝부분이 벌어져 보이는 것을 보완하는 것이 안쏠림 기법이다. 평기둥의 길이가 높은 것을 사용하는 궁궐, 누각 등 큰 규모의 건축물은 시각적으로 기둥이 집 밖으로 벌어져 보이는 느낌을 주므로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기둥을 집 안쪽으로 약간 기울여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또 지붕에 서까래,기와 흙 등 무거운 짐이 실리게 되어 기둥이 밖으로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 이기도 하다. 안쏠림 기법은 기둥이 기운 만큼 보나 귀쪽 창방, 장여 등 타 부재들의 길이도 같이 줄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부재의 길이는 정상적으로 놓고 주초석의 간격을 벌려 기둥을 약간 기울게 하는 방법으로 안쏠림 효과를 주기도 한다. 주초를 약간 집 안쪽으로 경사지게 놓는 등 단순히 기둥을 기울이는 방법으로 안쏠림 기법을 적용할 경우 자칫 집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가 필요하다.

한옥 신축 건축물의 경우 귀솟음 기법은 최근에도 보편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안쏠림 기법은 일반 주거용 건물에는 거의 적용하진 않고 주로 누각 등 층고가 놓은 건축물에 많이 쓰인다.

귀솟음과 안쏠림 기법을 적용한 작업은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가진 목수들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목수들 개개인의 취향이나 기능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추녀와 서까래

기둥을 세우고 창방, 장여 등을 짠 후 대보를 설치한다. 오량집일 경우엔 그 위에 종보를 얹고, 칠량집이면 대보와 종보 사이에 중보를 하나 더 올린다. 그리고 종보 위에 대공을 세우고 상량을 한다. 그런 다음 도리를 올린 후 추녀와 서까래를 걸고 지붕 마감을 한다.

한옥은 지붕의 모양이 집의 외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지붕 처마의 휘어진 정도나 추녀 내밀기, 합각머리의 높이와 위치 등은 정해진 법칙이 없지만 도편수의 실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다. 경험이 많지 않고서는 지붕 곡선의 아름다움과 구조적인 안정감을 동시에 갖춘 지붕을 짜기란 정말 까다로운 작업인 것이다.

서까래 걸기가 끝나면 개판(판자)이나 산자를 깐다. 옛날에는 판자가 귀해 가는 장작을 쪼개 새끼줄에 엮어 깔고 흙을 치받이해 바르는 ‘ 산자엮기’를 많이 했다. 개판이나 산자를 깐 후 서까래 뒷부분이 들려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가로질러 눌러주는 ‘누리개’를 얹는다.

그리고 흙을 덮기 전 나무 피죽이나 굵은 장작 등을 겹겹이 포개쌓는 ‘적심‘을 채운다. 적심은 흙이 직접 서까래나 개판에 닿는 것을 막고, 지붕 물매를 잡을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사진) 서까래 설치 후 개판을 덮고있는 모습

숭례문 화재 때 초동 진화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은 불씨가 이 적심에 붙어 지붕 속에서 2차 발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지게 된 것으로, 소방관들이 밖에서 볼 때는 천정 반자나 개판, 치받이흙 등으로 가려져 있어 속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수장과 벽체쌓기

요즘은 벽체를 쌓기 위해 벽돌을 많이 사용지만, 예로부터 한옥은 주로 ‘외엮기’를 해서 흙을 바르는 방법으로 벽체를 만들었다.

(사진)대나무를 쪼개서 외역기를 한 모습

기둥 사이를 인방으로 가로지른 후 ‘중깃대’라는 각목을 세우고 대나무, 싸리가지 등으로 가로로 눞혀 외를 얽어맨다. 진흙에 볏짚을 썰어 넣고 잘 이겨서 집 안쪽에서 먼저 초벌바름을 한다. 어느 정도 마르면 반대편인 집 밖에서 맞벽을 쳐 초벌바름을 끝낸다, 마르면 마무리 미장인 재벌바름을 하게 된다.

상량식

상량식은 집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하중 부재가 거의 짜여 지면 좋은 날을 택해서 집 뼈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상량 도리를 얹는 의식을 말한다. 상량하는 날은 제물을 갖춰 놓고 집주인과 공사 관계자, 주변 마을사람 등이 모여 제를 지내고 공사 경과 등을 알리고 새로 지은 집의 안녕을 빌며 축하하는 자리다.

(사진) 상량식 중 도리가 위로 올려지고 있다.

민가일 경우 돼지 머리 등을 준비하지만 사찰에선 떡과 과일 등으로 제를 올린다. 그리고 상량 도리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龜)'자를 쓰고, 그 사이에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후 광목으로 도리를 묶어 목수들이 지붕 위에서 끌어 올려 얹는다. 상량문은 민가에선 보통 상량 장혀 밑에 보이게 쓰고, 사찰 같이 큰 집일 경우 도리에 쓰고 따로 구멍을 파서 묵서를 집어넣어 겉으로 보이지 않게 한다.

보통 상량 도리를 묶은 광목에 상량 돈을 끼워 함께 올리는데 목수들이 그 돈으로 그 날 하루 회식을 하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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